학교 생활은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직전년도에 비해 몇 배는 할 게 많았고 정말 힘든 것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수업의 선이수격인 Advanced Placement (AP) 과목들을 듣고 학기가 끝나면 AP 시험도 봐야 되고 SAT1, SAT2도 보기 시작해야 했다. 나는 AP Macroeconomics, AP Microeconomics, Honors Calculus, 중국어 레벨 5 등을 들었는데, 중국어도 내 수준보다 훨씬 높았고 수학이나 경제학도 AP나 Honors였기 때문에 수준이 매우 높아서 고생 꽤나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AP Chinese 와 AP Music Theory를 내가 따로 공부해서 보겠다며 시험 신청도 해놓았다. 그래도 제일 어려웠던 경제학 및 수학은 숙제가 별로 없었는데 영어 수업에서 숙제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있어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과제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70%가 영어 수업에 사용되었다.
특히 당시에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Junior Research Paper (JRP)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이 JRP는 같은 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한 달간 각자 한 가지 토픽으로 리서치를 하고 리서치한 정보를 토대로 10장 분량의 에세이를 쓰고 동일한 주제로 반 학생들과 토론도 하고 발표도 하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며칠 동안 리서치한 정보를 바탕으로 아웃라인을 만들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반박을 다 조사하며 글이 본인의 논지에 적절하도록 에세이를 쓰되 최소 8개의 신뢰할 수 있는 소스를 참고문헌으로 써야했다. JRP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Credit도 세 개나 되었고 평가도 매우 빡빡하여 에세이에 MLA 포맷이 조금이라도 안 되어 있거나 그런 사소한 것들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자동 fail이었다. 따라서 2주~1달 동안 JRP에 올인 하다시피 해야 되었고 뭐 하나라도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해야 됐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다행히 나는 Credit 3개를 다 받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렇게 모든 과목의 숙제를 다 끝내고 나면 벌써 밤이 되었기 때문에 시험공부를 제대로 할 시간도 없었고 그래서 시험도 원하는 만큼 잘 보지 못했다. 보통 리서치를 요구하는 과제들은 끝도 없이 리서치를 해서 더 좋은 자료를 많이 구하고 창의력을 요구하는 과제들은 어떻게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중간에 새로 하고 또 생각하다 바꾸다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 가기 마련이었다. 기말고사로는 한 학기, 즉 6개월 동안 배운 모든 것을 토대로 시를 쓰든 동영상을 만들든 그림을 그리든 본인이 하고 싶은 유형으로 마음대로 제작 후 제출한 결과물을 평가받았는데,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하루가 다 가기도 하고 영상을 만들기로 결정한 후에는 직접 비디오를 만드느라 시간은 계속 흘렀다.